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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일상 끄적

이비인후과를 또 가다...





이틀에 걸쳐 물약을 넣고 귀지를 불린 뒤
병원에 갔다. 그런대로 열심히(?) 약 넣고
불린 보람이 있었는지 오른쪽 귀를 막고 
있던 귀지는 다 파냈다.

정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귀지 덩어리가
쑤욱 쑤욱 나왔다. 월척... 수준이랄까... 



사진에 잘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두께도 엄청난 덩어리다.





의사선생님이 꺼내는 귀지를 건네받아 탈지면으로 싸서

버리는 간호사분도 적잖이 놀라는 눈치다.


"버리지 마시고 저 주세요."


내 말에 간호사분은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었지만

정말 버리지 않고 탈지면에 잘 모아주었다.




"저만 귓구멍이 유난히 깊은 건가요?

그래서 귀지가 이렇게 많이 쌓인 건가요?"



나는 또 물었고 선생님은 같은 말을 하시며

말끝을 흐리셨다.



"이렇게 귀지가 많은 사람이 흔치는 않은데... 음..."



학계에 보고하지는 말아주세요.

목구멍까지 올라온 얘기를 진짜로 하지는 않았다.

재미도 없는 아재개그로 알까 봐.




왼쪽 귀는 조금만 파서 큰 덩어리가 하나밖에 

안 나왔다. 내 귀가 오른쪽보다는 왼쪽이 더 잘 들리기

때문에 귀지가 별로 없다보다 싶어 안심이 됐다.

그런데,



"오른쪽은 깨끗이 다 팠는데 왼쪽은 아직

멀었어요. 더 불리고 와야 돼요."



이런... 아직도 충분히 불지 않았단 말인가?

나는 약간 실망스러웠다. 



"그럼 오른쪽 귀에 염증은 없는 건가요?"



"조금 벌겋게 부었어요. 약 드릴 테니 드시고

다음 주에 오세요."



나는 또 물약과 귀마개를 받아 왔다.

이번에는 왼쪽 귀에만 넣으면 된다.





사실 지금 이 시간에도 왼쪽 귀를 막고 있어서

내가 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확실히 오른쪽 귀로는 접시 깨지는 듯한

큰 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리는 느낌도 좀 들고, 확실히 세상이 조금 더

시끄러워진 느낌이다. 웃긴다.


난 남들보다 귀가 밝은 편인데, 지금은 더 귀가

밝아진 느낌이다.


TV에 나오는 OLED TV 광고처럼 한층 더 밝고

환해진 화면처럼 귀가 좋아진 느낌이다.

귀가 예전처럼 가벼워진 것을 느낀다. 


새해 벽두에 할 첫 일이 병원가는 것이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