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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블로그 끄적

보이스2 엔딩의 폭발과 미스터션샤인의 폭파



주말 저녁을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낼 수 있게 해주던

(정말 재미있게 시청하며 보낼 정도는 아닌...)

두 편의 드라마에서 폭발이 있었다.


다만 두 폭발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크게 다른 듯하다.

짐작하시겠지만 보이스2와 미스터션샤인의 이야기다.



보이스2는 12회로 종영을 했고, 미스터션샤인은 24회라

종영까지 2회를 남겨두고 있다.


보이스2에서는 강권주(이하나 분) 센터장이

함정에 빠져 건물 지하에 갇힌 채 눈 앞에서

폭탄이 폭발, 고시원 건물 일부가 폭파 됐다.




사진 출처: OCN 캡쳐


폭발 장면이 뭔가 좀 아쉽다...





미스터션샤인에서는 쿠도 히나(김민정 분)와

고애신(김태리 분)이 함께 꾸민 것으로 보이는

폭파 사건이 일어났다.


대한제국 군대를 해산 시킨 뒤 자축파티를 즐기는

일본군을 한꺼번에 없애기 위해 글로리호텔을

통째로 날려 시원하게 폭사시켰다.




사진출처: TVN화면 캡쳐


각시탈이 일장기 가르는 짤 이후로 또 하나의 광복절짤이 되지 않을까 싶다




미스터션샤인은 조선인을 마구 죽이고 즐거워 하던

원수들을 처단하는 장면이니 보기에도 신났고,

화면 연출 또한 여배우들의 안전이 걱정될 정도로 통쾌했다.

(물론 CG가 들어갔으리라 짐작해본다)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예상대로 감동의 물결이다.

일본에 의한 강제적인 군대 해산과 총격전,

고종황제에 대한 친일파들의 무도한 짓거리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 없던 타이밍에 터진

이벤트였으니.

방송 초반 김은숙 작가의 역사왜곡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이 조금은 줄어들었을 듯하다. 나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아직도 반감이 꽤 있다)




이에 반해 보이스2 최종회의 폭발 사건은

미스터션샤인을 보고 즐거운 마음으로

리모컨을 돌린 시청자들 입에 빅고구마를

콱 처넣었다.


진작부터 시청률이 좋다며(?) 시즌3를

계약했다는 뉴스도 나온 터라 다음 시즌에

대한 떡밥을 깔고 끝날 거라는 예상은

대부분 시청자들이 했을 거다. 나도 그랬다.

과연 시즌3를 만들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문제와는 별개로.


그런데 떡밥이 아니라 고구마였다.




사진출처: OCN 화면 캡쳐





흔히 액션영화 등에서 악당을 모두 해치운 주인공이

장렬하게 죽음을 맞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있는 플롯이라

우리 시청자들도 익숙한 엔딩이다.


보이스2 역시 그랬다면 시청자들이 황당해 하거나

당황하며 불편해 하지 않았을 거라 본다.


도강우(이진욱 분) 팀장이 범인을 잡긴 했지만

시즌1 엔딩처럼 단죄를 받아 죽거나 처벌을 받은

상황도 아니었고, 강권주 센터장 또한 아직은 그런

사고를 겪으며 마무리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늙은 망생이의 눈으로 보기에 어디에선가

플롯붕괴가 일어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시청자들도 엔딩의 불편함을 보며 딱 꼬집을 순

없지만 뭔가 크게 어색하다는 걸 알고 있다.


인터넷 기사를 보면, 16회로 가기에 적은 분량이라

12회로 편성했는데, 시즌3가 예정 되면서 조금

변화가 있었다고 나온다.

역시나 시즌3 때문에 작가가 예정했던 엔딩을 바꾼

듯하다. 물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여기서 망생이들이 느껴야 할 게 한 가지 있다.



우리는 이런 식의 황당무계(?)한 엔딩을 종종 본 적이

있다. 분명히... 그리고 자주...


어디서?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미드, 미국 드라마에서 말이다.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을 거다. 보이스2의 엔딩이미지는

미드 한 시즌이 끝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방식이라는

걸 말이다.


모두가 보았을 <왕좌의 게임>을 예로 들자.




사진출처: HBO...라고 하자...


존스노우가 죽으며 끝날 때, 나도 모르게 쌍욕이 터져 나왔다






왕좌의 게임에서 유일하게 사람답던... 마음이 가고

응원을 하게 되던 인물이다. 이제 겨우 뭐 좀 하나

싶은데 어처구니 없이 칼을 맞고 허무하게 죽는다.

확실히...!!


그리고 시즌이 끝난다. 미드에 익숙한 사람도

쉽게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내용이 너무

파격적이니 말이다.

매 순간이 파격인 왕좌의 게임에서도 파격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1년을 기다리나... 정말 죽은 건가...



미드의 제작방식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파일럿을 만들어 시청자의 간을 보고,

반응이 좋으면 우선 시즌1을 만든다.


시즌1 방송 중 시청률과 인기가 좋으면

시즌2를 만들어 다음 해 방송한다.

그 반응이 좋으면 또 시즌3을... 이런 식이다.

중간에 반응 없으면 바로 끝이다.

매정하다.


미드는 한 시즌이 끝날 때 

그 시즌 전체의 메인이벤트가

어쨌든 해결 된다.


그래서 행복하게 살... 줄 알았는데

갑자기 무서운 일이 벌어져

속수무책이 되는 상황을 보여주며

드라마가 끝나버린다.

그 상황의 규모나 강도가 워낙 엄청나

어떻게 되겠지 뭐 라며 무시할 수

있는 정도가 절대 아니다.



드라마를 애청해온 시청자라면

결코 그 뒷 이야기를 애타게

기다리지 않을 수 없게끔 끝낸다.



보이스2의 엔딩이 그러했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를 천신만고 끝에

잡았다 싶은 순간, 

보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귀를 가진

여주인공이 함정에 빠진다.

눈 앞에서 카운트 2초 남은 폭탄이

폭발한다.


빨리 구해야 하는데 드라마가 끝난다.


시청자는 미치고 팔딱 뛴다.

물론 시즌3 계약 뉴스가 나왔으니

강권주가 죽을 리야 없겠지.

고시원 폭발 장면을 봐도 미스터션샤인과

달리 불길도 없고 연기만 나는 걸로 보아

건물이 무너져 안에 깔리거나 갇힌 정도의

상황일 테고, 어떻게든 살아 나오겠거니

짐작은 한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마냥 안심 할 순

없다. 빨리 다음 편을 봐야 안심이 되겠다.



미드에서는 이런 식으로 시청자들을 낚는

엔딩방식을 클리프행어(Cliffhanger)라고 한다.


그렇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했던

레니 할린 감독의 그 작품!

너무너무 재미있던 그 영화 제목과 같은 단어다.


클리프행어, 직역을 하면 절벽에 매달린 사람이다.

영화에서 실베스터 스탤론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CG인 걸 알고 봐도 아찔했다.

절벽에 매달린 사람만큼 숨막히고 아찔한

사람이 또 있겠나.




사진출처: 구글-영화캡쳐




그런 까닭인지, 클리프행어는 소설이나 

영화의 결말에서 주로 쓰이는 장치를

뜻한다. 아니, 검색을 해보니 영화에서

먼저 쓰였다고 한다. 영화, 소설에서

효과적으로 쓰이니 자연 드라마에서도

활용된다고 봐야겠다.


어쨌든 클리프행어는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  

선거에서 당락의 경계선에 아슬아슬 걸친

후보자 등을 의미한다고 한다.


여튼 대단한 낚시 기술이다.


보이스의 마진원 작가 역시 미드를 보며

클리프행어를 알았을 거라 짐작한다.

물론 학교에서 배웠을 수도 있겠고...


나는 미드를 보며 그 요령을 익혔다.


마진원 작가는 시즌2를 넘어 시즌3까지

가야하는 상황이 되자 당연히 최종회의

마지막을 클리프행어 엔딩으로 끝내려

생각한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엔딩만을 놓고 보면

클리프행어의 적용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요즘 시청자들이 미드를 안 봤을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외인 까닭은 따로 있는 듯하다.



위에도 적었지만 대개의 미드는

한 시즌이 끝날 땐 그 시즌의

메인이벤트를 일단 끝맺는다.



예전에 미씽이란 미드를 봤다.

전직 특수요원 출신의 엄마가

납치당한 아들을 찾아 나서는

엄마판 테이큰 스토리였다.

시즌1 마지막 화에서 주인공은

아들을 구했다. 아들과 함께

귀국을 준비한다.

차를 가지러 간 주인공이 오지

않아 아들이 찾는데, 자동차에

유혈만 있고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끝.


혹 더 궁금하면 요기 링크로...

http://lovelyherb.tistory.com/1256



어쨌든...

메인이벤트였던 아들 구출은

끝냈다. 그리고 난 후에

엄마가 누군가에게 납치 혹은

살해 당한 암시를 주며 끝.



이런 요령이다. 클리프행어는.



그냥 내 개인적 생각이지만

보이스2의 엔딩을 정말 미드처럼

끝내려 했다면 범인 방제우(권율 분)를

어떤 식으로든 처벌한 다음,

강권주나 도강우가 시즌2 1화 오프닝처럼

함정에 빠진 것을 보여주며 

끝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내 논지는 보이스2가 나쁘다거나

잘못 되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마진원 작가는 열심히 잘 썼고,

경험 상 드라마 제작에는 늘

수많은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엔딩 한 씬만을 가지고 왈가왈부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내 블로그는 마진원 작가 같은 

현직 프로 작가들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망생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지금 이렇게 긴 뻘글을

쓰는 것도 망생이들 보라고

쓰는 거다.



많은 망생이들이 

단막 쓰는 건 뭔가 폼 안 나고

미니를 쓰고 싶은데 잘 모르겠고

써지지도 않으면서 뭔가 구린 듯해서

막연하지만 미드식 드라마를 쓰겠다고

덤비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미니는 커녕 단막도 제대로 쓸 줄

모르면서 그러면 안 된다.


내가 미니 쓰는 법을 가르쳐 줄 것도

아니면서 뭐라 할 순 없지만,


나 역시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깨달았다.


미드와 우리나라 미니시리즈는

구성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잘 된 헐리우드 영화와 미드는 

치밀하고 정교하게 설계된 

첨단기계처럼 만들어진 

구성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영화, 드라마도 잘 된

작품들은 그런 편이다.

그래서 나도 구성을 공부해서

쬐금 눈을 떴을 때, 공모전에

미드식 구성에 맞추어 미니를

응모한 적이 있다.


결과는 뭐 물론... 그렇다.


그 작품을 꾸준히 손 보며 몇 년간

계속 공모전에 응모했다.


그러다 몇 년 전에 냈던,

즉 내가 예전에 쓴 초고에 가까운

대본을 보게 되었다.


1회 엔딩이 달랐다.


짧고 명확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예전 원고는 미드식 엔딩을 갖고

있었고, 최근 원고는 우리나라

미니시리즈의 엔딩을 갖고 있었다.

회별 씬 구성을 보아도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변하지 않았다.

미드식이냐 미니식이냐 하는

것으로 구성에서 뭔가 차이가

느껴졌다.


보이스2는 최종회 전까지 

미니시리즈의 틀을 따라가고

있었다고 본다. 마지막회에서

갑자기 미드의 엔딩을 넣으니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어

시청자들의 불만을 샀다.


그게 좀 아쉽다.



미드식으로 미니시리즈를

쓰고 싶은 망생이들은 이번

보이스2의 엔딩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을 한 번쯤 새겨보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나라 미니시리즈는

우리 식으로 써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막연하게 미드 흉내를 내려고

힘 쓸 필요는 없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미스터션샤인이 방송 초기에

역사왜곡으로 욕을 먹을 때에도

김은숙 작가가 입 꾹 닫고 버틴 게

이런 스토리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인가 싶을 정도로 비장하고

애처로운 장면이 펼쳐지는 요즘이다.


27년 전 방송되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여명의 눈동자에서

위안부들이 끌려가 겪는 고초를

적나라하게 브라운관에서 보여준

이후로 글자로만 전해져 온 역사적

사건을 영상으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화면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나 역시 시대극을 준비하며

많은 책에서 숱하게 읽었던 대한제국

군대 해산 과정이지만, 그렇게

눈으로 보게 되니 그 비감이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엔딩의 글로리호텔 폭파 장면은

더욱 후련하게 느껴진 게 사실이다.

게다가 서로 부모의 원수나 다름 없는

고애신(김태리 분)과 쿠도 히나(김

민정 분)의 합심은, 유치한 표현이지만

의병 드림팀, 의병 어벤져스를

보는 듯해 대견해 보였다.



그럼에도 친일파 대신들이

고종 황제에게 무엄하게 구는

장면 등은 어처구니가 없고 불편하다.


다 죽일 놈들이니 뭐 조금 더 심하게

표현한들 뭐가 대수겠냐만은,

그렇게 막가파식으로 임금에게

대들었다가는 아무리 일본이 뒷배를

봐준다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인물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미스터션샤인이 그 역적들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니 그들에 대한

세심한 묘사까지 바랄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럼에도 그런 장면들에서 김은숙

작가의 역사에 대한 단편적 시각과

멜로를 벗어났을 때 언뜻 언뜻

드러나는 분명한 작가적 한계가

느껴져 조금 아쉽다.




보이스고 미스터션샤인이고 간에

망생이 주제에 시청률 잘 나오는

작가들 작품에 대해 말하려니 좀

미안하기도 하다...





세 줄 요약


- 미드 시즌 엔딩은 클리프행어 방식

- 미드와 미니는 구성이 분명 다르다

- 섣불리 미드 따라 하려 하지 마라 

 







PS 나는 휴대폰으로 보지 않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모바일기기로

인터넷을 본다는 걸 차츰 실감한다.

그래서 일부러 짧게 쓰고 

줄을 자주 바꿔 보았다.

공간 낭비 같은 생각도 들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