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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멍때리고 끄적

퓨마 사살 뉴스를 보고




18일 오후에 인터넷 어느 커뮤니티에서 황당한

게시물을 보았다.


누군가 자신이 받은 재난문자를 올린 내용이었다.





사진출처: 죄송... 다음에 있는 커뮤였는데 기억이 ;;;

댓글로 알려주면 출처 수정하겠습니다.




재난안전문자가 올 정도면 당연히 장난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퓨마를 본 적은 없지만 맹수니까

맞닥뜨리면 위험한 건 당연한 일이고.


무사히 생포해 동물원으로 데려가야 할 텐데 하며

주위사람들에게도 알렸다. 


저녁 때가 되어 퓨마가 마취총에 맞아 잡혔다는

뉴스가 올라와 안심 했다. 죽지 않고 무사히 우리로

돌아가는 구나 하며 다행이라 여겼다.


그러다 얼마 후, 퓨마가 사살 되었다는 뉴스가 떴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기사를 보았다.

마취총에 맞고도 다시 일어나 뛰어다니자 엽사가

사살했다고 한다.


황당하다.


애초에 마취총을 쏠 때 푹 잠들 만큼 약을 쓰지

않았다는 건가? 전문가들이 하는 일 아니었을까?

꼭 죽여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자세한 뉴스를 보니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육사가 청소 후 우리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아

퓨마가 어슬렁 밖으로 나온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퓨마가 고심 끝에 동물원을 탈출한 게 아니라

문이 열려 있어 뭐지? 하며 그냥 나온 거다.

보아 하니 멀리 가지도 않고 동물원 근처를 배회하다

잡힌 거 같은데, 갑자기 사람들이 총을 쏘니,

(퓨마가 그게 마취총인지 실탄인지 알 게 뭐야)

놀라 도망 가려고 뛰어다닌 것뿐인데, 다시 한 번

마취총을 쏘면 되는 거 아니었을까?


꼭 그렇게 죽여야 했을까?


그 사육사는 지금 기분이 어떨까?

언제부터 일했는지는 몰라도 적지 않은 시간을

자기가 먹이 주고 돌본 녀석인데, 자신의 부주의로

어처구니 없이 죽임을 당한 그 퓨마를 생각하면 말이다.


이상하게 퓨마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왜 갑자기 호랑이도 아닌 퓨마에게 이렇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지 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닌가 보다.






사진출처: 다음 메인 화면 캡쳐(내가)



사진출처: 네이버 메인 화면 캡쳐(내가)





19일 새벽 02:10 경 다음과 네이버의 메인에 뜬 실검 순위다.


주요한 정치적 이슈는 안 보이고, 그 자리를 불쌍한 퓨마가

차지했다.



나도 어릴 때는 동물원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에

야생에서 고생하다 굶어죽거나 하는 것보다는 자유롭진

않아도 안전한 곳에서 오래 살 수 있으면 그것도 동물에겐

나쁘지 않은 일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십여 년 전부터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이 불쌍하다는

의견이 간혹 들릴 때에도 나는 반반이었다.


몇 년 전, 미국에서 추락한 아이를 도우려던 것으로 추정되는

그랜드고릴라가 사살된 일이 발생해 뉴스에 크게 보도가 됐다.

그런 일들이 전혀 없는 게 아니라서 국내외 뉴스에서 유사한

사건들이 보도 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점점 동물원을 없애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물론 내가 없애려 한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대전 시민으로 짐작되는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면 대전의 그

동물원도 시설이나 동물에 대한 처우가 그리 좋지 않은 듯했다.

에버랜드, 서울랜드 아닌 지방 동물원이야 뭐... 가보지 않았어도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그 사육사 또한 박봉에 고된 일을 했을지 모른다. 젊은 친구인지

오랜 경력의 어르신인지도 알지 못한다. 어쨌든 사육사의 부주의로

인명 사고가 발생할 뻔 했다. 다행히 그런 사고는 없었지만

불쌍한 퓨마 한 마리가 인간의 편의를 위해 희생되었다고 본다.



네티즌들이 퓨마의 명복을 비는 댓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나도 퓨마의 명복을 빈다.

미안하다, 퓨마야... 다음 생에는 넓은 정글이나 밀림에 태어나

자유롭게 뛰어다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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