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인터넷 화면에서 얼핏
대형여행사 폐업... 어쩌구 하는 뉴스 제목을 보았다.
그땐 별 관심 없이 흘려보냈는데 조금 전
인터넷 뉴스를 보니 그게 탑항공이었나 보다.
탑항공이 폐업했다.
사진출처:탑항공 홈페이지 캡쳐
저런...
나는 탑항공을 직접 이용한 일이 없다.
이 뉴스에 내가 가장 놀라는 건 오랜
친구가 탑항공 직원인 까닭이다.
그것도 아주 오래 근무한 처지다.
해외여행 이나 업무로 외국에 갈 일이 많은
우리 친구들은 그 친구 덕에 비행기 티켓을
쉽고 편리하게 구할 수 있었다.
친구들의 평은 좋았다.
그저 티켓을 싸게 사서 좋은 게
아니라 탑항공의 서비스마인드 자체가
다른 여행사 등과 뭔가 다르게 잘 되어
있다고 칭찬했다.
탑항공에 근무하는 친구는 수도권 지점의
지점장으로 일했었다.
십 년이 넘은 일이라 정확한 때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친구 한 명이
결혼을 할 때였다.
외국으로 신혼여행을 가려고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를 예약했는데 결혼식 며칠
전 담당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자신의 실수로 날짜를 잘못 적어 친구
부부의 티켓만 다음날로 구매가 되었다며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든
티켓을 구해보겠는데 쉽지 않을 듯
하다며 재차 사과를 했다.
신혼여행을 망치게 생긴 신랑은
급히 탑항공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SOS를 쳤고, 그 친구는 천만다행으로
그 비행기의 티켓을 구해주었다.
신랑은 크게 고마워하며 여행사로 전화를
걸어 담당자에게 내가 직접 티켓을 구했다며
큰소리를 쳤고, 무사히 신혼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신랑 말로는 담당자가 놀라며 어떻게 티켓을
구했는지 묻길래, 내 친구가 탑항공에 있다고
했더니 제발 그분 좀 소개시켜 달라고 하더란다.
그 친구는 회사의 배려로 미국에서 2년인가 3년인가
유학도 다녀왔다. 회사의 성장을 위한 포석이었는지
얼마 후 그 친구는 탑항공 LA지점의 지점장이 되어
미국으로 갔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는 자신과 친한 지점장을
소개해주며 티켓 구할 땐 그쪽으로 연락을 하도록
얘기를 해주고 갔다. 덕분에 나도 유럽행 티켓을
구하는 친구들에게 생색을 낸 적이 있다.
그 친구가 LA로 간 게 벌써 오래 전이다.
미국에 오면 연락하라며 '영화 속 토니스타크가 사는
그 동네 가이드 해줄 테니 오면 꼭 연락해'라고
노래를 했다. 몇몇 친구들은 정말 LA에 갔을 때
그 친구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는 고객들의 피해가 어떨지를 걱정하는
기사뿐이지만 나는 그냥 LA에 있는 친구 걱정이 먼저
떠오른다.
뉴스에서도 탑항공이 영업보증보험에 들어있어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큰 피해는 없을 듯해 안심이다.
뉴스 댓글들을 봐도 탑항공에 대한 비난보다는 서운함을
보이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어쨌든 탑항공은 고개들에게 인심을 잃지 않았나 보다.
이런 기업이 많아야 하는데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회사 폐업에 따른 절차가 있을 테니 그 친구도 조만간
한국에 다시 들어오지 싶다.
경력에 맞춰 외국에서 또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살아온 인생의 절반에 가까운 20년이란 세월을,
그것도 청춘의 한 때를 몸담았던 곳이 사라지니
그 회한과 상실감이 클 거라 생각한다.
탑항공을 이용하던 고객들에게 큰 피해가 없기를 바라고
친구를 비롯한 탑항공의 전직 직원들에게도 행운이
함께 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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