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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블로그 끄적

미스터션샤인 최종회




미스터션샤인이 끝났다.



사진 출처: TVN



방송 초반 역사 왜곡 논란으로 적잖은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소극적인 태도로 대응하는 모습에 실망하고 분노하는 시청자들은

청와대에 청원을 넣기도 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제작진의 임기응변 같은 조치는 많은 이들이

드라마에서 떠나가도록 만들었다. 나 역시 그런 제작진과 작가의

무책임한 태도에 화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 바닥 생리를 좀

아는 처지라 어디 한번 하는 꼴을 보자는 심정으로 끝까지

드라마를 지켜 보았다.


상당 부분 촬영이 끝난 사전제작 드라마이기에 역사 왜곡

논란이 내부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다.

예정보다 의병 관련한 내용을 더 추가해 논란을 상쇄시키려

했다는 소문도 돌지만 그건 소문일 뿐 확인 된 게 아니라

뭐라 말하기가 애매하다.


어쨌든 초반과 달리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고 시청률이

상승했으니 역시나 김은숙이란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미스터션샤인 최종회와 관련해 많은 기사들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고애신을 제외한 세 남자가 죽는 엔딩은

예상했던 터였다. 다른 게 있었다면 나는 구동매가 애신을

구하기 위해 일본놈들과 싸우다 죽고, 유진과 애신은

만주로 떠나 함께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사진출처:TVN





사극(혹은 시대극)을 쓰는 작가는 기록된 역사의 행간에서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 행간을 채워야 한다.

그러려면 자료조사의 수준을 넘어서는 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데, 내가 보기에 최근 사극 시대극을 쓰는 작가들은

그런 공부가 거의 되어 있지 않아 보인다. 

미스터션샤인 방송 초반의 역사왜곡 논란은 정말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김은숙 작가가 국사를 안 배운 세대도 아니고

보조작가가 없어 자료조사를 제대로 못 할 처지도 아닌데

왜 저런 오류를 저질렀을까 의문이었다.


그 점에 대해 지금까지도 한 마디 코멘트가 없다는 점에서

역시나 김은숙 작가는 나를 완벽히 탄복하지 않게 만드는

작가다. 


그럼에도 김은숙 작가는 베테랑답게 하나씩 뿌려두었던 작은

서사를 찬찬히 거두어 하나의 큰 결말로 만들어냈다.



미스터션샤인 최종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을 의병들의 사진

촬영 장면이 바로 그러하다.



사진출처:TVN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닌 백성들은 잠깐 잠깐 지나갔다. 격변

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각자의 처지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괴로움과 고통을 겪으며 아픈 시절을 보내야 했던 불쌍한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를 보여줬다. 영웅적 행위를 할 만한 능력이나

힘이 있는 것도 아닌 평범한 인력거꾼, 가게 점원부터 무지렁이

농사꾼과 당시로선 꽤 공부 좀 했을 간호부에 이르기까지 딱히

어떤 사람들이라고 선을 긋기도 어려운 장삼이사의 백성들이다.


그런 그들이 하나의 뜻을 가지고 모여들었다. 자식을 위해,

나라를 위해, 살아가기 위해 싸우려고 총을 들었다. 사실 같은

픽션이다.

외국 기자가 와서 그들의 사진을 찍는다.


여기서 픽션은 행간을 넘어 역사의 한 행으로 떠오르고

사실에 가까운 드라마가 되어 시너지를 발산한다. 

이것이 사극과 시대극이 만들어 내야 하는 카타르시스다. 



사진출처: 잘 보면 사진 속에 있다






그저 빛바랜 사진 속에 죽어있던 과거의 사람들을 

시청자가 공감하며 함께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로

끄집어 냈다.


김은숙만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다. 잘 쓰는 작가라면 누구든

쓸 수 있는 플롯이고 장면이었다. 문제는 이걸 잘 써야 한다는

거다. 어쨌든 김은숙은 잘 써냈다.


물론 미스터션샤인의 최종회에도 옥에 티 같은 장면은 있다.

그럼에도 그것을 덮을 장면이 많다. 그야말로 '드라마니까'

넘길 만한 수준이라 다들 그냥 넘기는 듯하다.




감히 평가를 해보자면


멜로는 정말 잘 썼다.

역사적 문제는... 까먹은 점수를 상당부분 벌충 했다고 치자...

감독이 풍족한 제작비를 맘껏 활용해 만들어낸 영상미 역시

분명 제 몫을 했다고 본다... 400억이 아니었다면 영상미는

그냥 경성스캔들 수준의 평범한 미니가 나왔을 확률이 높고,

지금과 같은 작품은 또 안 나왔지 싶다.




앞으로 미스터션샤인과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만들어진다면 그 비교기준은 무조건 미스터션샤인이 될 듯하다.

이를 뛰어넘는 시대극이 나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대본은 물론 영상미까지 미스터션샤인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스터션샤인 최종회의 제목은 Gun, Glory, Sad ending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김은숙 작가가 해피엔딩의 반대말은 새드엔딩이

아닌 언해피엔딩(Unhappy ending)이란 걸 알고 있을 텐데 왜 자꾸

새드엔딩이라고 하나 싶었다.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냥 사람들이 새드엔딩으로 알고 있으니 

그런 가보다 했다.


오늘 최종회 엔딩을 보고 든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언해피엔딩 보다는 새드엔딩이란 단어를 쓰는 게 맞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유진초이, 구동매, 김희성이 죽고 고애신 혼자 남았지만

모두의 뜻은 전해져 독립을 향한 불꽃은 꺼지지 않았으니,

슬프긴 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결말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 걸 수도...)



사진출처:TVN




커다란 태극기 아래 선 애신의 마지막 표정이 말해주는 듯했다.


Unhappy ending은 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