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보다 보면 유난을 떤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사용을 금하는 단어들이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닭도리탕이다.
사실 나는 매워서 그다지 좋아하는 요리는 아니다.
하지만 닭도리탕이라는 단어는 좋아한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단어라고 해서 방송에서 쓸 수 있게 하라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분들은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건지
짐작할 거라 믿는다.
닭도리탕이 우리말이 아닌 일본어의 잔재가 섞인, 혹은
일본어에서 나온 말이므로 방송에서 쓰면 안 된다는,
성문화되지 않은 엄한 불문률이 있다고 느껴진다.
일본어로 새(鳥)를 도리(とり)라고 하는데 닭도리탕의
도리가 그 일본어기 때문에 안 된다고 국립국어원에서
순우리말로 바꾼 단어가 닭볶음탕이다. 그러니 당연히
방송에서는 닭볶음탕이라고 쓴다.
간혹 방송이 낯선 일반인이 나와서 이야기 중에 닭도리탕
이라고 말을 하면 진행자들이 '아, 예... 닭볶음탕'하는
추임새를 슬쩍 넣어주며 정정을 요청하는 찐한 눈빛을
보내는 장면을 여러 차례 보았다.
보면서 참 화가 났다.
닭도리탕이 과연 일본어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의견이 있고, 국립국어원조차도 어원에 대한 하나의 견해일
뿐,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왜 방송에서는
죽어라 닭볶음탕을 강요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보다 더한 일본말도 쓰면서 말이다. (간지 같은 단어...)
음식평론가 윤덕노 씨는 2011년 11월 3일
동아일보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http://news.donga.com/3/all/20111103/41597408/1)
닭볶음인 도리탕은 일제강점기 때 발달한 음식이고 일본인이 닭을 발음할 수 없어 일본말로 도리탕이라고 했다는 것이 왜색 용어라는 주장의 핵심이다.
하지만 해동죽지는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 때 활동한 최영년(崔永年)이 우리나라 민속놀이와 명절풍습, 명물음식 등을 기록한 책이다. 한문으로 쓰였지만 필요한 경우 한글로 토를 달았다. 때문에 도리가 일본말이라면 새 조(鳥)라는 한자를 놔두고 일본어 발음인 ‘토리(とり)’를 다시 한자인 ‘도리(桃李)’로 음역했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나오는 도리탕도 마찬가지다. 송도 사람들만 굳이 닭볶음을 일본말을 섞어 도리탕이라고 부른다고 해석해야 할 근거가 없다. 그렇다면 닭도리탕의 도리는 새의 일본어 발음이 아니라 ‘아랫도리’의 도리처럼 우리말일 수도 있고 한자어일 수도 있다.
게다가 대체어로 제시하는 닭볶음탕이란 이름은 이 음식에 어울리지 않는다. 국물이 없는 볶음과 국물이 있는 탕은 엄연히 다른 음식이다. 닭볶음탕이라고 하면 ‘국물이 없으면서 국물이 있는 국’이라는 특이한 음식이 된다. 국어학계의 연구를 거쳐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에서 비롯된 말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면 ‘짜장면’처럼 복권을 시켜야 하지 않을까.
윤덕노 칼럼 일부 발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꼭 방송에서 사용하라는 건 아니라도 닭도리탕은
그냥 편하게 닭도리탕으로 부르자고 말이다.
어떤 분의 블로그인데 여기에 가면
윤덕노님의 칼럼을 이미지로 볼 수 있다.
사실 나도 이 글을 언제고 인터넷에 꼭 쓰고 싶어
신문을 오려 스크랩을 해놓은 게 오래 전이다.
다만 세월이 꽤 지나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어
직접 사진을 찍어 포스팅을 하지 못해 아쉽다.
그 외에도 닭도리탕이 일본어가 아니라는
주장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런 것들을 대략 정리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 닭도리탕의 '도리'는 윗도리, 아랫도리 같은 우리 말이다.
- 볶음은 국물이 없는 요리, 탕은 국물이 있는 요리이다.
- 그러니 닭볶음탕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단어로 억지로 순화하지는 말자.
방송에서 간지라는 진짜 일본어나 쓰지 않게 하자.
PS 반대로 순 우리말인 똥은 왜 방송에서 못 쓰게 하나?
똥이야말로 순수한 우리말인데, 순우리말 좋아하는
방송에서 왜 똥만은 쓰지 않는가?
그게 그렇게 지저분하고 나쁜 말인가? 혹시 똥이란
단어를 남녀의 성기를 가리키는 단어, 이를 빗대어
하는 욕설과 동일시 하는 건가? 그건 잘못 됐다고 본다.
방송에서 똥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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